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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9 마리 앙투아네트 도영 공연 후기

유비아0201 2021. 8. 31. 00:04

210829

마리앙투아네트 자셋 후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8월 주말 표들을 전부 양도하고 약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도르젠!

대사할 때나 넘버 부를 때 손을 많이 쓰는 새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돌 도영으로 무대에서 노래할 때도 손을 활용하는 제스처를 많이 하고 매 무대마다 제스처를 바꾸는 등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지난달엔 없었던 디테일을 전체적으로 추가한 도르젠을 보면서 도영이의 장점이 드러나고 돋보일 수 있도록 영리하게 본인의 페르젠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번 도르젠은 박력 있고 약간은 날이 서 있는 페르젠이었는데 그녈 봐 씬에서 오를레앙이 마리에게 추기경 얘기하니까 불쾌하다는 듯 쳐다보는 눈빛이 진짜 으르렁 그 자체여서 오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굉장히 설레고 기대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유일한) 사람인 마리에게만 한껏 풀어지고 다정해지는 사랑꾼이라는 점이 나를 또 미치게 하는 포인트다.
"그런 점은 왕비와 참 닮았네요"라며 마리를 떠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이 사랑꾼...!!

7월에 만난 도르젠은 자애로운 태도로 하층민마저 이해하고 감싸는 도르젠이었다면 이제는 시혜적인 태도가 엿보이는 뼛속까지 귀족인 도르젠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마그리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마그리드에게 경멸의 태도를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선을 확실히 긋는 느낌. 처음 마그리드가 르와얄 궁전에 들어왔을 때도 경계하고 있었지만 마리에게 샴페인을 뿌리기까지 하니까 마리를 지키고, 데리고 나가면서도 마그리드를 훑어보고 경계하는 표정연기가 정말정말 좋았다. 또 너무 좋았던 "마그리드 아르노 출세했네요?" 이 대사! 물론 저번에도 경멸적인 태도가 있었지만 훨씬 노골적으로 바뀐 느낌.
그래서인지 내가 정말 사랑하는 '당신 안의 다른 모습' 넘버마저도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해 이 사람을 이용하려고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첫 공에서는 마그리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같아서 좋았고 경멸하는 스탠스를 갖고 가는 오늘은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유혹하는 느낌이라서 색달랐다.


한숨으로 연기하는 것도 좋았다. 적절한 곳에서 한숨으로 감정을 영리하게 표현하던 도르젠. 대사를 할 때도 목소리에 숨소리를 적절히 잘 섞어서 힘을 빼고 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났어요?" 같은 대사는 정말 너무 부드럽고 다정해서 내 몸이 다 녹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떠났는지 잊었어? 그러면 당신이 위험해져." 같이 마리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얘기할 때는 또 단호하고 강단 있어서 강약 조절이 너무너무 좋았다.

멀천둥에서도 "너!만 몰라 넌 내!가 필요해" 이런 식으로 단어에 악센트를 주면서 부르는데 감정이나 가사가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아서 진짜 좋다.

가면무도회는 확실히 도영이의 가요 창법을 어느 정도 가져가서 좋다. 물론 그 넘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와 창법으로 결정한 것이겠지만 평소 도영이의 특별한 음색을 사랑하는 나에게 정말 특별하고 좋은 넘버로 남고 있다.
무도회장을 먼저 빠져나갈 때 장난꾸러기 사랑둥이 웃음이 꺄륵 드러나면서도 더 장난꾸러기인 마리를 포용하는 어른의 웃음이라 .. 솔직히 도르젠 정말 유죄다.

이번엔 넘버 중에서 '나의 눈물'이 제일 좋았다.
난 너의 왕관에 장식된 꽃일 뿐이고 우리의 사랑은 가질 수 없어 <의 절망적인 마음이 온전히 느껴져서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거나 놓아버리겠구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 사랑을 지켜내는 도르젠..
사실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넘버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멋있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쏘마리와의 페어를 처음 보는 것이라 듀엣이 굉장히 궁금했는데 '나의 눈물', '내가 숨 쉴 곳' 듀엣이 둘 다 너무 좋았다. 확실히 이제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가며 듀엣 하는 것에 능숙해진 것 같다.

단체 곡에서도 돋보이는 도영의 목소리를 좋아하는데 혁명의 시작~, 이 혼란!!!! 이 부분 엄청 날카로워서 좋았다.

대본집에서 '단 하나 후회 없는 일'의 페르젠은 환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라는 걸 읽고 난 후 그때의 페르젠을 또다시 보게 됐는데 오늘 넘버에서 리버브가 더 들어가더니 공간감이 훨씬 느껴져서 정말 환상 같았다. (근데 이 의상 제발 박제해 줬으면 좋겠다.. 제발..)

그리고 배우들끼리의 티키타카가 더 좋아져서 극을 클라이맥스로 끌고 가는 힘이 더 생긴 것 같다.

흰머리가 되어버린 마리를 보며 깜짝 놀라는 눈빛이 너무 깊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저 놀라는 얼굴이 아니라 마리를 애처롭게 애틋하게 보는 것까지 다 담겨 있는 얼굴이라 상황만으로도 너무 마음이 아픈 마지막 만남 씬을 더 애절하게 감상하게 되었다.
"마리.. 괜찮아.. " 애절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또 얼마나 애달프던지.. 찡그린 미간에마저 사랑이 가득한 도르젠..
밀어내는 마리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매달리는 손은 또 너무 아름다워..😭 (도영 손 악개)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떠나갔다는 걸 믿을 수 없어 허망한 표정으로 마무리한 마리 앙투아네트 리프라이즈도 새로웠고 난간에 매달리며 무너지는 마무리까지.. 이번에도 아름다웠다 정말.


그리고 이번 공연에 대한 후기이니 앙상블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정말 최고의 앙상블. 앙상블 덕분에 극이 정말 좋았다.
어떤 넘버에서 화음이 진짜 너무너무 좋아서 감탄했는데 아쉽게도 넘버가 기억이 안 난다.. 매번 그랬지만 이번엔 특히 앙상블이 정말 많은 역할을 한 공연이라고 생각했고 공연의 아쉬움마저 앙상블이 커버해준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 공연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클린한 피겨스케이팅 경기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매 순간 발전하고 있는 도영이와는 다르게 발전 없이 도르젠이 좋았다는 말만 늘어놓는 나의 후기.. 🥲 다음번엔 좀 더 도영만큼 아름다운 후기를 남길 수 있기를!




+ 도영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잘생겼다.. 늘 잘생겼고 또 잘 생겼지만, 특히 정말 잘생겨서 너무 황홀했다. 프롤로그에서 그래픽으로 나오는 마리를 쳐다보며 노래하는 옆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서 잠깐 노래에 집중 못 하고 얼굴만 넋 놓고 쳐다봄.. 깐머리도 너무 예쁘게 올려주셔서 깐도영 최애인 저는 진짜 행복했다네요.